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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2 겨울 해외의료봉사_베트남_도문정

  • 작성일 : 2013-04-01
  • 조회수 : 1340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2013 EMC 소감문

이대 국제 도문정 

 

EMC의 일원으로서 베트남에 다녀온 지도 어느덧 2주가 다 되어가는 것을 보니, 시간 참 빠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EMC의 기억은 더욱 선명하게 저의 마음에 각인되고 있습니다. 제 삶에서 이 정도로 보람차고 행복했던 일주일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니까요. 사실 봉사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베트남에 갔다면 그 정도의 보람이나 행복은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수많은 무거운 짐을 다 같이 포장하고 옮기고, 짐으로 발 딛을 틈조차 없는 버스에서 하루 종일 함께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자고, 3일 연속 잠조차 충분히 자지 못한 채 봉사에 매달리는 등의 고되지만 아름다운 여정이 있었기에, 단원들과 한 가족처럼 단란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올 수 있었던 거겠지요. 베트남에서의 일주일은 충분히 특별한 시간이었지만, 좀 더 긴 시간을 단원들과 함께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사실 시간이 흐를수록 베트남에서 막 돌아왔을 때의 마음을 잊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좀 더 남을 도우면서 살아야지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여전히 저는 나보다 더 가진 사람을 질투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그럴 때마다 선 라 사람들의 순수함을 떠올려야겠습니다. 우리가 만들어주는 풍선 하나, 솜사탕 하나에도 환호하며 아이처럼 싱글벙글하던 모습, 손등에 그림을 그려주자 수줍게 웃으며 쪼르르 뚜어가던 소년의 모습, 약국으로 가는 동안 저의 손을 꼭 잡고 알 수 없는 베트남어로 말씀하시며 미소 짓던 할머니의 모습, 비록 형편은 우리보다 못하지만, 꾸밈없는 소박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던 선 라 지역 주민들......그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제가 겪게 될 사소한 어려움이나 고민쯤은 웃으며 넘길 수 있을 듯합니다.

 

선 라 사람들의 소탈함은 저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기도 합니다. 이틀 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저는 그곳 주민들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자궁암 진단을 받고도 치료받지 못한 환자, 안경 하나 맞추지 못해서 시력 저하의 불편함을 감내하며 살고 계시던 어르신들, 베트남 전쟁 당시 살포된 고엽제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장애아동들.......이들을 생각하니, 이번 의료봉사를 단순한 추억으로만 남기기에는 제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아직 학생인 제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베트남이 서서히 발전하여 의료 혜택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이 언젠가 타국의 사람이 아닌 그들 국가의 도움을 받게 되기를 바라는 것 만으로라도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제가 봉사를 하면서 맡은 역할은 대개 환자 약국에 모시고 가기, 약 조제하기와 같은 별로 중하지 않은 일들이었지만, 베트남에서 봉사에 임할 수 있는 시간이 단 사흘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각하고는 단 한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목격한 교수님들과 선생님들의 봉사하시는 모습은 정말 존경스러웟습니다. 본인의 지식과 기술로 묵묵히 소임을 다하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고, 그런 의사의 길을 밟기 위해 준비중인 언니들과 오빠들이 내심 부럽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다소의 무력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진로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가졌습니다. 저는 의료인의 길을 걸을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길을 찾아서 사회에 작게나마 보탬을 하며 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EMC를 통해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 얼마나 가치있고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를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EMC와 함께한 일주일을 돌이켜보면, 가슴은 언제나 기쁨과 감사로 부풀어 있었고, 그 동안의 공허했던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직 얼마 살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에게 상처받고 실망하고 살아왔고, 대학에 온 후에는 개인주의적 분위기에 물들어 공동체의 가치를 잊어가고 있었던 듯 합니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도, 언제나 마음 한 켠이 서늘했던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저에게 EMC는 잊어가고 있던 사람의 따뜻함과 소중함을 일깨워 준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EMC 단원들과 맺은 인연과 같은 향기로운 인연을 많이 만들면서 살아가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에게 너무나 많은 추억과 깨달음을 안겨준 EMC의 한 분 한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부족한 글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