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

해외봉사

2012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유수정

  • 작성일 : 2013-04-01
  • 조회수 : 881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2013 이화봉사단 해외교육봉사 소감문

 

분자생명과학부 12 유수정

 

신입생 대상 멘토링인 이화 다우리에서 한 멘토 언니를 만났다. 그 언니는 이화봉사단 활동 중에서도 해외교육봉사를강력하게 추천하셨다. 봉사활동과 아이들, 그리고 교육에 관심이 많던 나는 여름방학 때는 한국장학재단 지식봉사단 활동을 했었기 때문에 이번 겨울방학 때에는 이화봉사단 해외교육봉사에 도전해보기로 하였다. 감사하게도 이화봉사단에 선발되어 19명의 단원들을 만났고, 20명이라는 많다면 많은 인원이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다. 나는 기획팀의 총무, 음악팀의 탬버린 만들기 선생님을 맡아 매일 출석체크를 하고 음악팀 회의도 하며 준비했다. 아침 10시에 만나 회의를 하고 각 프로그램별 시연과 피드백을 하고, 공연연습을 하면서 힘든 점은 신기하게도 없었다. 다들 열정적이었고 충실하게 임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즐기면서, 좋아할 아이들을 생각하며 하나라도 더 챙기려 했고 꼼꼼하게 우리의 계획을 짜나갔기 때문에 힘든 기억은 없고 함께 어우러져 즐거웠던 기억만 남아있다.

하지만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렸던 것은 소통의 문제였다. 중간에 베트남에서 오셨다는 미나 언니의 친구 분을 모셔서 베트남어를 배워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고 우리 나름대로 언어팀을 꾸려서 수업시간에 필요한 용어들을 정리하기도 하였으나 현지의 통역선생님이 계신지, 몇 분이 계신지, 얼마나 한국어를 잘 하시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별로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얼마만큼 준비해 가야 할 지 몰랐다. 더 걱정되었던 것은 개인이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였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교육 수준, 사고방식조차 모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과의 처음 만나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인들을 많이 만나보지 못했고, 예체능 교육에 익숙하지 않다고 하는 아이들이 우릴 낯설어하고 피하고 마음을 열지 않으려 할까봐, 내가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들은 첫날부터 우리를 매우 반기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먼저 다가와 말도 걸고 미리 배워둔 ‘안녕하세요’를 씩씩하게 외치며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이 나에게 아이들에게 다가갈 큰 용기를 주었고 자신감을 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보다 통역선생님들이 많으셔서 주진행교사의 말을 통역해주시는 선생님 외에 다른 분께 언어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조금 요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놀라웠던 것은 그렇게 통역선생님께 많이 의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돌아보면 몸짓, 눈짓, 표정으로 소통하였고, 아이는 아이대로 베트남어로 나에게 말했고 나는 나대로 한국어로 말했지만 신기하게도 어느 정도는 통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가장 걱정했고 어려웠던 점인 소통이나 다가가는 방식에 있어서의 걱정은 현지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만나자마자 아이들이 해결해주었다.

아침 630분에 일어나 수업 시작 시간인 9시 전에 사랑의 교실에 도착하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9시에 수업을 시작한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거쳐 4시에 모든 일정이 끝났고, 저녁식사를 한 뒤 숙소에 돌아오면 피드백과 그 다음날의 프로그램을 위한 준비와 회의를 하거나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에 정신 없이 곯아떨어지곤 했다. 그런 나날들에서 새로운 환경과 수업시간은 나에게 피곤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정말 정말 신기한 것은 아침에 교실에 가는 버스 안에서 정신 없이 졸다가도 교실에 도착해서 눈을 뜨는 순간 마구 손을 흔들며 웃으며 버스로 달려오는 예쁜 아이들을 보면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아이들과 함께 있음으로써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예의 바르고 예쁘고, 수줍지만 활기 넘치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힐링’되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그런 ‘힐링 현상’을 몰랐으나 숙소에 도착하여 이곳 저곳이 쑤시고 너무너무 피곤한 상태에서 되짚어 보면 아이들과 있었을 때는 아무 피곤함이나 힘듦을 느낀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정말 신기했다. 이 현상을 통해서 봉사활동이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쌍방향적인 것임을, 아니 내가 더 받을 수도 있음을 정말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피곤함과 인생의 노곤함을 아이들이 치료해주는, 그런 신기한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아이들이 정말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이번 봉사활동을 봉사활동이 아닌 힐링캠프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주간 베트남에 있으면서 가장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을 만나서 힐링되었고,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느꼈던 것은 솔직히 ‘집에는 가고 싶지만 한국엔 가기 싫다’였다. 집과 한국, 내가 속한 모든 곳을 떠나 행복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너무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내가 해야 할 일들, 겪어야 할 일들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었다. 점점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았다. 그래도 행복했던 경험이었고 아이들의 순수함을 직접 느끼며 정화된 마음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내 삶을 열심히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고, 아이들과 지내면서 교육자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봉사를 나가기 전에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가 생각해두었던 여러 가능성에 교육자라는 가능성이 하나 더 추가되어 더 심도 있는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 행복했던 기억들과 즐거워하며 웃고 마지막엔 한없이 눈물을 흘리던 아이들의 모습을 마음에 안고 그 순수함과 깨끗함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