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

해외봉사

2012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조분경

  • 작성일 : 2013-04-01
  • 조회수 : 876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사랑으로 가득했던 ‘사랑의 교실’

 

국어국문학과 11 조분경

 

이화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던 베트남에서의 14일간의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시간들이었다. 한여름 밤의 꿈과 같던 그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또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베트남에서 서울로 돌아온 직후 든 생각은 “아···참 아이러니하다”였다. 비행기를 타고 불과 네다섯 시간을 날아오니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이번에 베트남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사실이다. 우리 세상에는 작고 아름다운 존재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온 소중하고 감사했던 2주일이었다.

베트남에 도착한 후 첫 일정이었던 오리엔테이션에서 간사님께 베트남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주의사항을 들었다. 그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말씀은 베푼다는 마음이 아니라 함께 즐기고 오자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임하라는 말씀이었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자칫 봉사의 대상이 우리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으로 선심 쓰듯 베푸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점을 경계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이들을 만난 후에 나는 그 다짐이 기우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버스를 타고 학교 앞에 내리자 아이들은 설레는 얼굴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아이들과 바로 사랑에 빠져버렸다. 아이들과 만나는 내내 봉사라는 생각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았을 만큼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다.

이화봉사단으로 선발된 이후 베트남에 가기 전까지 매일같이 모여 미술, 음악, 체육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시연해봤지만 준비할수록 부족한 점이 자꾸 눈에 보여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아이들은 우리가 열심히 준비했던 프로그램들을 120퍼센트 잘 따라와 주었다. 십대 사춘기 아이에게는 유치하게 보일 수 있는 트니트니 체조나 율동을 가르쳐줄 때면 아이들이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고맙게도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업을 들으며 정말 재미있게 받아들여주었다. 수업시간이 끝난 후에도 우리가 가르쳐준 것을 우리 앞에서 보여주며 잘 모르는 부분은 다시 가르쳐달라고 하는 아이들을 보며 사랑스러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마음이 아팠다. 그만큼 아이들이 배움에 목말라 있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똘똘하고 착한 아이들이 배움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회적으로는 ‘무학’이라는 학력으로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2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함께 수업하며 놀아주고 안아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답답했다. 오히려 우리가 잠깐 왔다 떠난 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혹여 상처로 남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김석향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교수님은 희망을 꿈꿀 수 없던 아이들이 우리를 보며 조그마한 희망의 씨앗을 마음에 품게 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일을 하고 온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또한 아이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사람으로 크기를 마음 깊이 기도했다.

처음에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 답답했지만 나중에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는 한국말로 아이들은 베트남어로 말하는데도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분명 ‘소통’하고 있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어려운 점은 거의 없었지만 아쉬웠던 점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직접 해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아이들도 분명 마음으로 우리의 사랑을 느꼈으리라고 믿는다. 가난하다는 사실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풍요롭고 따뜻했던 그 아이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이들의 그 순수함과 해맑음에 너무나 행복했고 고마움에 마음이 벅찼던 나날들이었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가슴 깊이 남아있다. 아이들은 우리가 주었던 것의 몇 배의 사랑을 돌려주어서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인가’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아이들과 헤어진 후 숙소에 돌아올 때마다 아이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더 성숙하고 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또 사랑의 교실 아이들과 같이 나보다 약하고 작은 존재들을 늘 생각할 수 있고 넓은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아이들로 인해 나는 준 것보다 더 큰 삶의 목표를 선물로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