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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2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이민주

  • 작성일 : 2013-04-01
  • 조회수 : 654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2013 겨울 해외봉사를 마치며

 

경제학과 11 이민주

 

겨울 해외봉사를 다녀온 지 벌써 일주일이 되어간다. 일주일 전 딱 이 시간 즈음에는 스무 명 모두가 다 같이 벽화를 그리던 중이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스무 명이 함께 두어 달의 시간 동안 같이 준비하고 활동한 것이 꿈만 같다. 기말고사 후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할 때는 정말 눈앞이 깜깜했다. 함께하는 단원들이 아직 낯설고, 동기와 후배 보다는 선배들이 많아서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리고 활동지가 베트남이다 보니 말이 전혀 통하지 않고, 활동 장소가 어느 정도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도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 때 우리는 과학팀으로 정해져 여러 가지 프로그램 안을 만들었는데 그 중에 과학키트를 이용해 만화경 만들기, 자연만들기, 별자리 만들기, 그 외에 달란트 시장을 주최하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우리 팀에서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유독 자주 만나고 오랫동안 남아서 준비했다. 저녁 늦게 추울 때 집에 가고, 몸이 피곤한 날도 있었지만 오히려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추억도 더 많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많았다. 그래도 내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항상 걱정을 달고 살았었다. 특히 내가 준비하는 자연 만들기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지 않을까봐, 혹시 아이들이 하기에는 너무 어렵거나 쉬울 까봐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가서 처음으로 고학년 아이들과 수업할 때 생각만큼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 이름표 만들기만 해도 떨렸고, 내가 잘 다가가지 못해서 아이들한테 미안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금방 우리들과 친해졌고 수업 때 정말 잘 따라와 주었다. 언어적으로 안 통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그건 금방 극복되었다. 아이들과 우리는 손짓으로도, 나중에는 표정만으로도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정을 주고 공감대를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소통하고 있는 것을 문득 깨달으니, 아이들이 너무나 순수하고 착해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고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감동했던 또 한 번의 일은 고학년아이들이 저학년아이들이 활동하는데 도우러 왔을 때였다. 고학년 프로그램을 할 때는 그저 천방지축이었는데 저학년 아이들과 수업 진행할 때 동생들이라고 챙겨주었다. 저학년이다 보니 우리와 더 말이 안 통했는데 고학년 아이들이 중간에서 수업이나 놀이가 잘 진행되도록 도와주었다. 한편으로는 우리 앞에서는 그렇게 어린데, 동생들 앞에서는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하는 아이들의 책임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어리광 피울 나이에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했다.

지난 열흘간의 활동은 대학 생활에서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배울 점도 많았다. 앞으로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사회 복지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기본적인 의무교육이 잘 지켜지고, 그 의무교육도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센터도 방과 후 교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대안학교는 아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 만난 아이들은 공식적인 학교는 갈 새도 없이 자그마한 교실에 학년 구분도 없이 수업을 받는다. 대학교류에서 만난 16살 고등학생은 대학생 언니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는 데,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 같은 나이였던 쭙은 영어는 배워 본 적도 없을뿐더러 여타 다른 교육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다. 그러한 차이가 너무 큰 것이 안타까웠다. 덕분에 내 진로를 정하는데도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기회가 된다면 이 아이들과 다시 만나 더 오랜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