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

해외봉사

2012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이나현

  • 작성일 : 2013-04-01
  • 조회수 : 855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따뜻했던 겨울을 돌아보며

 

특수교육과 11 이나현

 

17일부터 19일 아이들을 만났다. 추운 겨울인 지금, 언제 내가 그 따뜻한 나라까지 갔다 왔는지 신기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프로그램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고 버스를 탄다. 창밖에 지나가는 베트남 거리들을 보면서, 오토바이가 참 많다. 건물들도 다 다르게 생겼구나. 저 사람들은 다 일을 하러 가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한 골목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는 비너스 식당이 보이고, 모퉁이를 지나면 일찍 온 아이들이 버스 안에 앉아있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아준다.

처음 사랑의 교실을 보았을 때 생각보다 많이 열악한 상황이었다. 마당이라고 하기 보다는 교실 앞 공간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한 좁은 공간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줄 놀이를 하고, 맞장구를 치면서 놀고 있었다. 처음 아이들을 만났던 날,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무척이나 우리를 잘 따라주고 반가워해 주었다. 오히려 우리보다도 더 씩씩하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도 있었다. 씬쨔오-엠뗀라지- 열심히 외웠던 베트남어를 막상 아이들 앞에서 하려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턴 내가 더 신이 나서 보는 아이들마다 찾아가 인사를 하고, 이름을 묻고 다녔다.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면, 나는 서툰 베트남 발음으로 아이의 이름을 따라 말하고, 아이는 그게 아니라는 듯이 다시 말해주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 한 후에야 내 발음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첫날, 그러고 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배시시 웃었다.

좁은 교실 안에 내 무릎만한 아이들부터 제법 큰 아이들까지 옹기종기 앉았다. 봉사단 20명까지 합쳐서 그 좁은 교실이 꽉 찼다. 더운 날씨, 환기도 잘 되지 않는 교실, 게다가 우리까지 함께 있어서 교실은 시끄럽고, 덥고, 한 시간 한 시간 수업마다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찡그리는 표정 하나 없이 그저 우리들을 바라보면서 맑게 웃고 장난을 쳤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 요리조리 종이를 접던 녓, 조심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 한국말을 따라 하며 수줍어하던 유이,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면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 주던 롭, 모두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만남 자체만으로 이렇게 행복해 질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더 정이 가는 아이가 있었다. 내가 다가가서 인사를 청했을 때 쑥스러운 듯 피하던 아이가 그 다음날 먼저 나에게 인사를 하고 웃었다. 그 후로 얼굴만 마주쳐도 씽긋 웃어주는 아이의 눈을 보는데, 갑자기 코끝이 찡해왔다. 그날 밤 숙소로 내가 그때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 생각 했다. 언제 또 그 아이의 그 표정을 볼 수 있을까,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 후, 앞으로 그 아이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생각했지만 명확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 때 간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아이들을 그저 불쌍하게만 보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보는 순간 그런 생각들이 아이들을 진짜 불쌍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하셨었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들은 보지 않은 채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던 내 자신이 오히려 더 불쌍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즐겁고, 행복했고, 소중한 기억들 중에 20131월 이화선생님들을 떠올려주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평생 절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사람,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말씀 하셨듯이 이 기억들이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작은 변화가 일어나게 하는 마음 속 씨앗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항상 건강하고 밝은 모습 그대로 순간순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어느 해보다 따뜻했던 겨울을 선사해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