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선생님, 아이들이 선생님

 컴퓨터공학과 10 최은혜

인턴, 자격증, 계절학기, 어학연수, 토익... 이제 4학년이 된 동기들의 어찌 보면 당연한 겨울방학 일정이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이번 방학은 이 모든 것이 아닌 ‘이화봉사단’ 20명의 각기 다른 사람들과 준비 포함 한 달 여 간의 이 시간들은 이제 위의 어떠한 스펙 보다 나의 삶에 커다란 부분이 되었다.

1/7일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인솔자이신 유제욱 팀장님, 김석향 교수님과 우리 20명의 단원들은 베트남 호치민에 도착하였다. 추운 한국과는 달리 이곳은 반팔을 입어도 약간 더운 그런 날씨였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새로운 문화와 다른 언어를 하는 아이들에 대한 기대감과 과연 내가 선생님으로써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반반이었다. 그러나 커다란 눈으로 씩씩하게 우리와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 ‘아! 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첫 프로그램인 명찰 만들기와 트니트니 체조 배우기, 그리고 오후의 에코백 만들기를 통하여서 아이들과 우리 팀원들은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우리가 아는 베트남어는 기껏해야 ‘너의 이름이 뭐니? 몇 살이니?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가 전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이들과 교감하는 우리를 볼 수 있었다.

어려운 경제적 상황, 무학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항상 밝은 모습으로 열심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국에서 현실에 찌들고, 주어진 것들에 감사할 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또한 매일 수업에 올 때마다 편지, 사탕, 음료수, 스티커, 인형 등 그들에게 소중한 것들을 양손 가득 들고 와 우리에게 나눠주던 모습은 진정한 나눔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돈이 있어야, 해외에 선물을 잔뜩 들고 와 나눠주는 것만이 나눔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나눌 수 있는 것 또한 사랑이고 나눔인 것 같다. 특히 마지막 날 꼭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으로 대학도 오고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던 베트남 친구 응옥의 편지는 나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 처음 소개되었지만, 이 아이들이야 말로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하는 선생님이었다.

내가 다시 이 아이들을 평생에 만날 날이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고 항상 기도 할 것이다. 지금은 작은 불씨에 불과하지만 부스러기 선생님들과 현지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 이화봉사단원들이 간절히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면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그들의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