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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2 여름 해외교육봉사_캄보디아_이수나

  • 작성일 : 2013-04-01
  • 조회수 : 905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남기고 싶은

 

수리물리학부 12학번 이수나

 

           캄보디아에서의 14일이 지나고 한국에 왔다. 한국에 가는 걸 실감한 건 프놈펜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엽서를 쓰던 중이다. 엽서를 쓰며 그동안의 생활을 쭉 돌아보니 드디어 지나갔구나, 이제 지난 일이구나 하며 아쉬우면서도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7월에 매일같이 모여서 봉사를 준비한 게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봉사 후기를 적고 있는 지금 그 봉사를 준비하던 기간은 물론 봉사활동도 일 년은 된 일만큼이나 까마득하다. 시간이 더 지나 봉사를 다녀왔다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기 전에 캄보디아에서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 3가지를 꼽아보았다.

           첫 번째는 7 17, 캄보디아에서의 둘째 날 대충 캄보디아에 어떤 곳인지 탐색할 때이다. 킬링필드와 박물관을 방문하였는데 킬링필드와 박물관의 내용보다는 캄보디아의 환경이 더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주성아 선생님이 캄보디아는 숨 막힐 정도로 덥다고 얘기하셔서 얼마나 더울지 기대되었는데 프놈펜 공항에 처음 내려 캄보디아의 공기를 처음 접한 순간은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밤이라 그랬겠지만, 찜질방에 들어간 듯 숨 막히는 더위를 예상했던 나는 다음 날 아침이 되고 해가 떠도 별로 덥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돌아다니다 보니 더워서 얼굴이 발개지고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그리고 박물관을 보는 중 비가 많이 내렸는데, 그 비를 맞고 숙소에 돌아왔을 때의 찝찝한 느낌은 정말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샤워를 하고, 생각보다 괜찮은 시설, 샤워를 하는 데 나오긴 하는 물과 방마다 에어컨이 있다는 점에 매우 감동을 받았다. 캄보디아 같은 나라에 봉사를 가면 에어컨은 당연히 없고 하루 이틀 못 씻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매일 씻을 수 있다는 점이 약간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조금 지나자 시간이 지날수록 나오지 않는 물 때문에 봉사 가서 하루 이틀 못 씻을 수도 있지, 라고 생각만 하는 것과 실제로 덥고 찝찝한 상황에서 샤워가 늦어질 떄의 기분은 천지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개발도상국에 해외봉사를 가는 것은 못 먹고, 못 씻고, 못 자는 그런 극한의 봉사라 생각했었는데 적당히 쉬고, 먹고, 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캄보디아에서 맞는 두 번째 밤은, 캄보디아를 온 몸으로 체험하며, 첫 날 있을 교안에 대한 회의를 하고 다음 날 오전 교안이 내가 총괄자임을 상기시켜 영어 스크립트를 외우며 잠이 드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두 번째는 센터에서의 봉사 마지막 날이다. 이 날은 축제와 이제까지 학생들이 받은 시장을 단추로 교환하여 단추로 물건을 살 수 있는 '버튼 마켓'을 열었는데, 축제는 생각보다 성대하게, 무대까지 설치하며 이루어졌고 '버튼 마켓'도 기획팀으로서 엄청난 준비 하에 계획되었다. 그렇게 기대를 가득 안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그날따라 머리가 조금 아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애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 표정 관리를 하려는데, 내게 페이스페인팅을 받으러 줄 서 있는 애들을 보자 표정이 풀어지고 정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버튼 마켓이 끝나고 나는 페이스페인팅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조 아이인 '니음'이 와서 내게 무언가를 주었다. 버튼 마켓에서 사 온 헤어밴드와 빗이었는데, 그것을 받자마자 울컥하여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자기가 가진 단추로 사고 싶은 것이 많았을 텐데, 그 중 하나를 나에게 선물한 니음의 마음이 너무 예뻐서 눈물이 났다. 같이 앉아 공연은 볼 때, 내가 더워보였는지 나에게 다가와 부채를 부쳐주던 '안나' '위싼', 자기들도 더울 텐데 나를 생각해준 마음도 너무 예뻤고, 이 애들을 보는 게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달란트 시장과 우리와 아이들의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애들이랑 같이 놀고 있을 때, 뒤늦게 아이들이 하나 둘씩 집에 가는 것을 보고 밖으로 나가 셔틀버스에 대고 인사를 하였는데 특히 정이 가는, 우리 조 아이들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못 한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리으하어이-'하고 인사를 하며 이제 봉사도 끝이구나, 애들도 이제 더 이상 못 보겠구나, 하는 마음에 펑펑 울고 싶었다. 애들 앞에서 눈물은 절대 보이지 않고 좋은 기억으로 남겨주기로 주성아 선생님, 봉사단 언니들 친구들과 약속했는데 잘 참아지지가 않아 뒤돌아서 눈물을 훔쳤다. 애들이 다 가고 센터 뒷정리를 하며, 같은 조 언니가, 우리 조 아이 중 한명이 눈에 눈물이 흥건한 채로 작별인사를 하였다고 전해주자,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우리만 이 아이들에게 정이 든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마음이 짠해졌다.

           마지막은, 14일 동안 언니들, 친구, 동생 간에 소소하게 있었던 모든 일 들이다. 피곤하지만 다음 날 진행될 교안을 위해 모두 모여 회의를 한 일, 침대 메이트인 은정 언니와 샤워 순서를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 일기를 쓰려고 노력한 일, 마니또를 지켜보며 뭐 해 줄건 없을까 고민하고 몰래 롤링페이퍼를 쓴 일, 내 롤링페이퍼를 보며 수많은 별명들과 언니들이 쓴 편지에 웃음지은 일 등 훈훈하고 따뜻한 기억들이 많다. 그런 기억들을 통해 배운 점도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버튼 마켓을 무사히 마치고 기획팀끼리 모여 그 동안 힘들었던 점, 서운했던 점들을 얘기한 것이다. 대화를 하자 말로 얘기하기 전까지는 잘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마음을 풀며 단체 생활을 할 때 이런 식의 '대화'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캄보디아에서 일기를 쓸 때의 내 기억에 따르면, 처음 3일 간은 이제 2일 째, 3일 째 하며 날짜를 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캄보디아에서 맞는 12번째 밤이었다. 내일 모레면 한국에 간다는 생각을 하자 어머 벌써, 했는데 어머 벌써, 나는 한국에 와 있다. 이렇듯 시간은 흘러가고 기억은 잊혀 갈 텐데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만은 내 머릿속에 평생 남기고 싶다. 대학생이 되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겠다 다짐하고 많은 활동에 참가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중 하나가 된 해외봉사, 그리고 그 기회를 제공해 준 선생님, 교수님들께 감사드리고 기회를 '제대로' 누릴 수 있게 해준 우리 봉사단원 언니들, 친구, 동생 모두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