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

해외봉사

2012 여름 해외교육봉사_캄보디아_한혜정

  • 작성일 : 2013-04-01
  • 조회수 : 665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어제보다 더 사랑해

 

환경공학과 11학번 한혜정

 

 

           황무지에 집이나 다리 등의 구조물을 짓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설계도를 그리며 나무, , 쇠 등의 다양한 재료를 준비 한다. 설계사, 나무를 나르는 사람, 벽돌을 쌓는 사람 등 개인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건물은 흔들리고 무너지고 만다. 또한, 건물이 세워질 토양의 점성과 바람의 존재유무 그리고 온도 등 주변 환경이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건축’은 충분한 시간과 자원, 많은 사람들의 노력, 적합한 주변 환경이 삼박자를 이뤄야 완성되는 고도의 종합 예술이다. 뜨거운 햇살이 가득한 2012년 여름, 우리들은 ‘이화 해외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우리만의 건축을 시작하였다.

           건축(architecture)이라는 말은 원래 ‘큰, 으뜸, 으뜸이 된다, 우두머리’ 등의 뜻을 가지는 ‘archi’ 라는 접두어와 ‘기술’을 뜻하는 ‘tecture’의 합성어이며, 동양에서는 ‘세울 건()’자와 ‘쌓을 축()’자를 합한 ‘건축(建築)’이라는 말을 그에 대응시켜서 쓰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모여서 최선의 교안을 완성하듯이 아이들을 으뜸이 되는 기술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우리들은 수없이 회의하고, 토론하고, 고민하였다. 6개의 교안을 위해 100가지 이상의 아이디어를 수집하였고 수많은 피드백을 통하여 가장 좋은 것들을 추려내었고 최선으로 완성될 교안을 위해 ‘세우고 쌓음’을 수도 없이 반복하였다. 우리들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노력들이 빛을 발하지 못할 때도, 프로그램이 하루 아침에 뒤바뀔 때도, 50개 넘는 아이디어들이 실현 되지 못하고 사라졌을 때도 의연하게 넘어가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려 노력했다. 많은 시간을 공들여서 봉사활동의 설계도를 그렸고, 잣대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히 준비하였다. 혹시 모를 상황을 전부 생각해보며 철저히 준비하였고 공연의 의상, 음악, 위치 및 동작 등 최선과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어느 하나 빠짐없이 차근차근 준비하였다. 어느덧 시간은 2개월이 넘게 흘렀고 우리의 건물은 외형을 찾아갔다. 1도가 어긋나도 건물이 무너지듯이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범하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기에 건물은 안으로 밖으로 탄탄해져 갔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가여운 아이들이니까 잘 대해 주어야겠다., ‘제 3세계는 생활이 불편하고 불행할꺼야.’ 등의 생각은 캄보디아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전부터 나도 모르게 지니고 있었던 생각이다. 자신 있게 모두는 평등하다를 외치면서도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에 비해 덜 행복하고 삶이 힘들 것이다.’라는 제3세계의 판타지를 버리지 못했던 모순된 나였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을 만났지만 아이들은 전혀 불행하지 않았고 행복해 보였으며 오히려 내 자신이 더 가엽고 안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어려도 책임감이 있었고, 아픈 친구를 위해 위로의 한마디를 하고 본인이 조금 더 고생할 줄 알았다. 욕심 부리지 않고 준비된 재료를 서로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고, 창의적이었으며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친구들과 선생님을 좋아하였다.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함을 표현할 줄 알았고 항상 반갑게 인사함을 익숙해 하였다. 나도 모르게 이익을 재고, 작은 것에 감사함을 표현할 줄 모르고 지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행여나 아이들이 나의 행동을 보고 배울까봐 아이들과 있는 동안 그들을 따라하려 노력하였고 이는 봉사단원의 긍정적인 태도를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가득한 눈빛과 행동이 우리 스스로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6개의 짧다면 짧은 교안이었지만 생각한대로 되지 않아 힘들 일도 많았고, 생각지 못한 변수와 더운 날씨에 금방 지쳐서 하루를 버티기 힘든 때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봉사단원 서로가 피곤함에 날카로워 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는 ‘아이들’ 이라는 이유로 차츰차츰 사라져갔다.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머리에 물칠하며 한껏 멋을 낸 아이들,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더 보고 싶어서 2시간 전에 도착하는 아이들, 들려오는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아이들까지 모두의 미소와 웃음은 우리에게 ‘선생님’이 되었고 ‘본보기’가 되었다. 매 수업시간마다 우리는 아이들 속에 ‘동화’ 되었고 ‘동화’ 같은 시간을 보냈다. 한국에서 봉사 활동을 준비 하면서 아이들과 6번의 만남으로 정이 든다는 것이, 친해지고 마음을 열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이 짧은 만남동안 과연 서로에게 무엇을 느끼고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는 한국뿐만 아니라 캄보디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상황에서도 느꼈던 이기적인 의문이었다. 그러나 수줍어하던 아이가 다음 수업에서 나를 보고 웃어줄 때 큰 행복을 느꼈고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며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득하였다. 아이들을 보고 있지 않아도 보고 싶었고, 내일은 어떤 말을 해줄까 생각하며 어색한 크메르어를 외우기도 하였다. 마지막 날, 아이들 눈 사이로 보이는 눈물을 봤을 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미안해서 나도 몰래 울고 있었다. 아이들과 있는 동안 기쁨, 슬픔, 아쉬움 등 다양한 감정을 느꼈고 나도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이 더욱 좋아졌고 만나지 못하더라도 추억 속에서 계속 좋아할 것이다. 누군가가 내 자신으로 인해 웃고, 울고,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는 것이 감사하였고 고마웠다.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심어주어 행복했고 그 추억을 함께해서 감사했고, 다시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슬펐다. 나에게 아이들과의 추억은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남아있다. 꿈이란 것을 알기에 더욱 애틋하고 깨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이다.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봉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항상 우리를 생각해주시고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통역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의 순수함에 동화되어 수업에 적극 참여해주셨기에 아이들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였고 담당 선생님들께서 매 수업이 끝나면 피드백 시간에 다음 수업에 참고하면 좋을 것들, 좋았던 것들 등 세세하게 조언해주신 덕분에 준비 이상의 좋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화 봉사단의 건축’은 충분한 준비시간과 직접 돌아다니며 얻고 후원받은 자원, 많은 사람들의 노력, 선생님들의 애정 가득한 관심과 사랑 및 조언이 삼박자를 이루어 ‘잊을 수 없는’ 훌륭한 건물을 완성 시켰다.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고 사랑을 준 것이 고맙고 배울 점을 보여주어서 고맙다고, 봉사단원들에게는 짧지만 길었고 뜨겁고 열정이 가득한 여름을 함께 해주어서 고맙다고 전해 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여기까지 함께 달려온 봉사단원들에게 말한다. 어제보다 더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