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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1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신영주

  • 작성일 : 2013-03-29
  • 조회수 : 604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기억

 

사회생활학부 11학번 신영주

 

마지막 날 아이들을 떠나 보낼 때 몇몇 아이들은 울었다. 국내교육봉사 때에도 그랬지만 나는 우는 아이들 앞에서 울지 않았고 무덤덤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빨리 잊는다. 그 아이들은 나를 생각할까. 나는 하루에 몇 번씩 그 아이들 사진을 보는데.

내가 호치민행 비행기에 어떻게 올라탔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올 여름 국내교육봉사를 갔던 것이 떠오른다. 무슨 일이건 좀 냉소적이라면 냉소적일 시각으로 바라보는 나라서 가기 전엔 '나 거기서 수틀리면 팔짱을 끼고 있을지도'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3 4일 간의 짧은 시간에 나는 영월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속한 상황을 보면서 내 십대시절을 되돌아보고 그 시절과 악수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봉사할 당시엔 뭔지 정확히 집어낼 수 는 없었지만 아이들이 무언가 당연히 가지고 누려야 할 것을 못 가진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같은 감정이 나에게 이 감정을 간직해서 나중에 내가 더 어른이 되면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었다.

호치민에서의 열흘이 넘는 기간은 3 4일보다 3배가 넘는 기간이었고 나는 27배는 더 감정적으로 아파했던 것 같다. 나는 아이들이 후원자라는 사람이 오면 그 어린 나이에도 뭔가 눈치를 보면서 미소를 띠고 조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에 또 동시에 그런 눈치를 배운 아이들이 내 기준에서는 사람이 당연히 누리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못 누리는 생활에 너무도 당연하게 익숙해져 있고 그 속에서 웃는다는 것에 가슴이 아렸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들에게 감사했다. 첫날 봉사를 마치고 나는 해외봉사에 대해 속으로 부정적이고 시니컬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산만한 것 같았고 그렇다면 베트남 대학생들이 이 아이들에게 봉사를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했었고 우리가 그렇게 준비를 했음에도 건물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의 나이같은 것이 생각한 것과 다른 상황에 임기응변이 많이 필요했고 뭐든 시험 속의 합리적이고 단순해서 깔끔하게 해결 가능한 문제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는 이런 상황이 비합리적으로 여겨졌었다.

첫날의 내 생각은 틀렸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하루하루 나아졌고 정이 들었으며 열악한 건물, 다른 언어, 나이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이 아쉬움으로 남았을지는 몰라도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 자체를 아쉬움으로 만들진 않았다. 고등학생인 아이에게 탈 만들기와 부채 꾸미기를 시켜 미안했던 나에게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이 아이들은 너무나 재미있게 모든 활동을 했었는데 나는 그게 도리어 가슴이 아팠었다. 가슴 아프고 그리고 고마웠다.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 반성한다. 내가 그 친구들이 무엇을 못 누리는지 어떻게 해야 나아질지에 대해 생각하고 내 감정에 빠져있을 동안 우리 팀원들은 함께 뛰고 그리며 놀아주고 웃어주고 있었다. 멋있는 이번 이봉 팀원들에게 고맙다. 그리고 호치민의 어느 골목에 그림처럼 박혀있을 아이들이 내가 타고난 저질체력과 아이들을 보면서 느꼈던 가슴 아픈 감정들로 인한 체력소모로 인해 많이 웃어주진 못하고 멍하게 앉아있는 경우도 사실은 많았었지만 그래도 나를 좋은 사람으로 희미하게나마 기억해주면 좋겠다. 너희들은 나에게 예쁜 아이들로 내 마음 속에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