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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1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정은애

  • 작성일 : 2013-03-29
  • 조회수 : 666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이화봉사단, 베트남에서의 910일간의 눈부셨던 봉사 이야기

 

물리학과 11학번 정은애

 

 베트남에서의 9 10. 짧고도 긴 열흘 동안 나는 훌쩍 자랐다. 처음 다같이 연두색 티셔츠를 입고 인천공항을 나설 때만 해도 나에게 앞으로 주어질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 될지 나는 알지 못했다. ‘베트남은 어떤 곳일까? 그 곳에서 우리가 만날 아이들은 우리를 반겨줄까?’ 베트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나에게 많은 질문이 떠올랐지만, 그 답은 직접 베트남에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내 마음은 더욱 초조해지고 긴장되었다.

 처음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오토바이로 가득한 도로와 길거리의 사람들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첫날 타오단의 아이들과 함께 했을 때도 정신 없이 하루가 흘러갔다. 그 동안 한국에서 연습했던 프로그램, 계획과는 다르게 많은 일이 진행되었고 그만큼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많았다. 준비해온 프로그램을 모든 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엔 연령대가 너무나 다양했고, 생각만큼 아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잘 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첫째 날을 지나고 하루를 반성하면서 우리는 머리를 맞대며 회의하고 잘못된 것, 부족한 것은 고쳐나갔다. 그리고 이튿날에 아이들도 즐겁고 우리도 즐거운 행복한 날로 완성시켰다! 이렇게 시작된 우리의 회의는 매일 밤마다 열렸고, 우리에게 더 나은 내일이 되기 위한 발판이 되었다. 낮에는 시끌벅적하고 재미있게 놀던 우리 단원들이 회의 할 때만큼은 냉철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임했다. 뜻 깊은 언니들 사이에서 나는 매일 매일 배우고 자랐다.

 여러가지 프로그램들 중 자외선 비즈 팔찌 만들기, 투호 놀이 등은 생각보다 아이들의 반응이 훨씬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 비즈 팔찌 만들기에 쓰였던 비즈가 자외선에서 색깔이 변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직접 햇빛에 비춰보고는 너무나도 신기해했다. 단지 과학 프로그램의 일부였는데 많은 아이들이 매일같이 팔찌를 소중히 여기고 직접 차고 다녔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아이들에게 이번 프로그램이 얼마나 큰 의미인가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게다가 투호 놀이는 간단하지만 아이들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게임이었다. 팀 별로 나눠서 게임을 하고 거기에다가 코끼리코 돌고 투호 던지기처럼 더 복잡한 게임으로 만들자 훨씬 적극적이고 열성적이었다.

 우리 이화봉사단과 선생님들 타오탄 센터 선생님들도 가장 기대했던 프로그램은 단연 한솥 비빔밥 만들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오전, 오후반 아이들을 모두 불러 비빔밥 재료를 준비하고 아이들 손으로 직접 재료를 담아보게도 했다. 따뜻한 나물과 새빨간 고추장을 보면서 아이들은 신기함과 궁금증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모두들 한 그릇씩 들고 맛있다고 우리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우리의 입맛으로는 최대한 맵지 않게 하려고 했지만 맵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한국의 음식을 알리는 데에 직접 만들어 먹는 것만큼 최고의 방법이 없지 않나 생각했다!

 우리가 가기 전부터 매일매일 연습실에 모여서 끊임 없이 연습했던 이별공연. K-POP 공연을 하기 전부터 아이들이 많은 한국 노래를 알고 좋아하고 있어서 오히려 부담되기도 하고 더욱 신나기도 했다. 우리보다 더 안무를 잘 아는 아이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한국을 친화적으로 생각하고 좋아해주어서 기쁜 것이 더 컸다. K-POP 공연 외에도 부채춤과 소고춤, 응원곡 댄스 모두 공연하는 동안 오히려 우리 봉사단원들이 더욱 신났던 것 같다. 호치민 방송국에서 취재까지 하러 나와서 타오단 아이들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에게 멋들어진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연습 때 보다 미흡하기도 했고 실수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 앞 무대에 서서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하나의 공연을 마무리 했다는 것, 그 자체 만으로도 나는 나 스스로와 봉사단 모두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 공연을 마무리로 아이들과 우리들과의 이별이 정말 눈앞에 다가왔고 헤어질 것을 다들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 그 동안 마냥 즐겁게 놀아주기만 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우리가 떠난다는 것을 알까, 어떻게 생각할까 우려했다. 아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우리의 의도를 이해하고 떠난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떠나기 전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들을 준비해 나누어주려고 했는데, 그보다 전에 도리어 우리를 위해 선물을 준비해 온 아이들도 있었다. 또박또박 한글로 이름까지 써서 전해준 선물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선물은 작은 지우개와 핸드폰 고리 등이었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나는 이 선물들을 쓰지 못할 것 같다. 단순한 지우개와 핸드폰 고리의 의미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센터가 눈물 바다가 되어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을 떠나 보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따스한 아이들이 주변 환경이 어려워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우리의 바람처럼 이화봉사단을 통해서 더 큰 시각과 포부를 가진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타오단의 아이들이 열흘 동안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은 나에게 엄청난 감동이었다. 처음에는 이름표를 꾸며보라고 해도 똑 같은 그림만 그리고, 예시대로만 따라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생각해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줄 알아갔다. 그걸 깨달았을 때 내가 아이들의 숨어있던 창의력을 꺼내준 것 같아서 가슴이 벅찼다. 그 동안 정말 성격이 바뀌어간 아이들도 있었다. 처음엔 말썽꾸러기 혹은 소극적이었던 아이들이 수업에 가장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 우리에게 먼저 함께 하자고 웃으며 장난을 걸어오는 아이로 바뀌었다. ‘작은 노력이 큰 변화를 이룬다는 말. 우리의 이화봉사단, 그리고 함께해준 타오단 아이들에게 이르는 말이었다.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나의 이번 활동의 목표가 있다면 아이들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워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것은 열흘 간 내가 아이들과 함께 웃고 활동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커져나갔다. 이제 그 것들이 조금씩 쌓여 큰 것을 이룰 때쯤 베트남을 떠나야 하게 되어서 슬펐지만 슬픔보다는 기쁨도 크다. 10일 간의 일정이었지만 나는 10년은 더 성숙해졌고, 우리 봉사단원들과도 100년은 더 보게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