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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1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김나영

  • 작성일 : 2013-03-29
  • 조회수 : 616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너랑 나의 러브스토리

 

심리학과 10학번 김나영

 

 

베트남에서 보낸 열흘,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찍고 온 기분이다. 그것도 아주 달달한 러브스토리인지라 생각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지고 절로 미소도 지어진다. 이 영화에서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면,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이는 누구 하나만을 위해 모든 것이 맞춰 돌아가는 식의 흔한 스토리가 아니다. 소소하지만 사랑이 넘치고 감동이 흐른다. 과연 이들의 사랑이 처음부터 그리 순조롭고 아름다웠을까? 극복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언어의 장벽, 그리고 서로에게 다가가기엔 너무나 짧았던 열흘이라는 시간...... 하지만 사랑도 글로벌화된 요즘은 눈만 마주쳐도, 손끝만 닿아도 마음이 통하는 그런 시대가 아닌가! 덕분에 만국의 공용어인 몸짓 발짓과 뜨거운 눈빛교환만으로도 달콤한 사랑을 속삭일 수 있었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이별의 순간은 눈깜짝할 새에 다가오고, 이 영화도 결국 행복했던 시간들을 뒤로한 채 아쉽게 막을 내린다. 이별의 순간은 슬프지만, 그들은 결코 울지 않는다. 그들의 인연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마음속으로 서로를 향해 더 활짝 웃어 보인다.

 

우리가 센터에서 활동했던 시간은 고작 열흘에 불과하지만, 이 한정된 시간 동안 우리는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전해주고 오기 위해 베트남 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그 순간까지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모여 프로그램을 계획했고, 좀 더 완벽한 수업 진행을 준비하며 수정과 보완을 거듭했다. 매일 이렇게 봉사활동 준비에 매진하고, 봉사활동에 대한 생각만 잔뜩 해서인지 출발하기 전에도 내 몸은 이미 몇 번이고 베트남에 갔다 온 기분이었다. “이정도면 충분해~ 잘했다 잘했어!” 떠나기 직전까지도 이렇게 서로를 칭찬하며 완벽하다 자부했건만 우리의 기대는 센터 문을 들어서는 순간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막상 아이들을 마주하니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이다. 역시 언어의 장벽은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인지 아이들을 만난 첫날부터 우리는 지치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은 기대 이상으로 피곤한 일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통역 없이는 아이들을 통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사실 그땐 프로그램 진행은커녕 아이들과 소통도 안 되는 상황이니 너무도 답답하고 짜증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났다. “이 아이들은 역시 구제불능이구나.” 힘든 순간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소통 범위가 점차 늘어나면서 잠시나마 이런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 아이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과연 난 얼마나 진실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갔을까? 처음 겪었던 모든 어려움들은 내 마음가짐의 문제였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비록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온 아이들이었다. 나는 잠시나마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쉽게 지쳐버렸던 내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며 반성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모든 상황이 우리가 계획했던 것처럼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갔지만 반마다 수준 차가 많이 나서인지 항상 시간이 남아 우리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인지 준비한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후에는 유연하게 다른 활동을 진행하기보다도 시계 쪽으로 시선을 옮기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이렇게 의무감만 앞서 무작정 아이들을 통제하고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 상황에서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존재했고, 우리의 계획에서 조금만 벗어나는 일이 발생해도 우리는 당황하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있었겠는가…… 안되면 될 때까지 하는 수 밖에! 매일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우리는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공유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힘썼다. 역시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던 아이들이 어느새 우리와 마음으로 소통을 하고 있었다. 굳이 통역을 빌어 의사를 전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이들도 나도 학생과 선생님이라는 단순한 의무감이 아닌, 진실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게 된 것이다.

 

나는 이렇게 베트남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품은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이들로 북적거리던 센터의 생활이 익숙해져 버려서인지 텅 빈 집안에 혼자 있을 때마다 아이들 생각이 유난히 많이 났다. 특히 아이들과 헤어지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그 동안 자신들이 실수한 것이 있다면 용서해 달라며 눈물을 글썽이던 한 아이.. 아이들이 진정으로 따뜻한 사랑을 느낀 것 같다며 울먹이시던 관계자분.. 이별은 아무리 연습해도 익숙해지지 않나 보다. 이별은 아프지만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사진을 하나하나 천천히 들여다보며 아이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크게 불러 보았다. 벌써부터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베트남에서의 생활이 내 마음 속에 단단히 자리 잡아 버렸나 보다. 아이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하게 다가왔다. 지금은 이렇게 선명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 우리가 함께 했던 활동들은 점차 내 머릿속에서 멀어져 가겠지. 하지만 그 흐릿함 속에서도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만큼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할 때마다 느끼지만, 봉사활동은 내가 주는 것보다 배우고 얻어가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아이들은 우리가 노력한 것 이상으로 최선을 다해주었고, 점차 개선되어 나가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부족한 수업이지만 매일같이 와주고, 잘 따라준 것이 너무나도 고마울 따름이다. 이 아이들, 이제 그들을 다시 볼 기회는 없겠지. 하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들은 영원히 남아있기에 우리의 인연 또한 영원할 것이다. 나도, 아이들도 함께했던 시간들을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하기를…… 오늘도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사랑스런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본다.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는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끝까지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조용히 빌어본다.

2012 1, 그 어느 해보다도 따뜻했던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