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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1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추은지

  • 작성일 : 2013-03-29
  • 조회수 : 542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우리들 향기만이 가득했던 그 곳

 

국제학부 10학번 추은지

 

첫 발을 디딘그 곳은 첫 봉사를 나선 뜨거운 설렘과 두근거림만큼이나 후덥지근한 공기로 나를 감싸주었다. 그간의 여행은 늘 사람보다는 공간을, 짧은 시간 내에 모든 풍경을 스치듯 가볍게 기념하러 갔던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번 베트남으로의 여정은를 오롯이 아이들 사이에 던져 그들과 함께 어울리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매듭짓는 데에 온전히 집중했던 가슴 벅찬 기억으로 남는다. 이 주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우린 눈으로 소통하는 법을 깨달았고, 진심으로 교감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선 발걸음이 후회스럽지 않다.

처음 한국에서 다른 봉사단원들과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공연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봉사는 너무 생소하게 느껴졌고, 오히려 남의 일처럼 생각될 정도로 멀리 있는 듯 했다. 학기 중에는 학업관리하랴, 내 일상 돌보랴 봉사단원으로 임명되고서도 이를 실감하지 못했고, 봉사활동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챙기면서부터 출국하기까지 어느새 한 해가 바뀌어 있었다. 아이들의 모습을 허공에만 그리며 막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봉사를 시작하려 했던 나의 초기 모습엔 절실함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베트남에 도착해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미소를 보니우리가 준비했던 이 모든 게 아이들에게 부족하면 어쩌나’, ‘나를 받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이 나의 자만했던 마음을 반성시켰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우리에게 먼저 성큼 다가와주었고 그들의 거리낌 없는 순수한 모습에 힘입어 나 역시 편히 마음을 열 수 있었다. 쭈뼛거릴 새도 없이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그 속에 한데 어우러져 놀고, 서른 명이 넘는 아이들이 매일같이 다가와 내 이름을 불러주고 서로의 이름을 또박또박 알려주는 게 기특했다. 꼬집고 때리는 등 별난 모습으로 관심을 표하던 몇몇 아이들도 결국엔 나와 눈을 맞추고 힘껏 안아주었다. 반가움을 표시하고 싶지만 전달 방법을 몰라 자기만의 방식대로 호기심을 보여준 아이들을 차츰 이해하고 같은 눈높이로 보려고 많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우리가 준비했던 모든 프로그램들에 아이들은 열광하며 온 관심을 다해 집중해주었던 그 모습이 참 고마웠다. 탱탱볼, 투호, 가면, 제기, 글라스데코 등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놀잇거리를 같이 만들어보기도 하고,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를 서로 알리고 배웠는데 그렇게 우린 조금씩 가까워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순하고 소소한 작업활동에도 눈을 빛내며 열심히 따라주는 아이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같은 연령대의 한국 아이들이었더라면 이를 시시하게 여기고, 물리다 할 법도 하건만 그 곳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작품들을 너무나 소중히 애지중지 여겨주어 애틋하게 느껴졌다. 이처럼 봉사에서 만난 아이들은 너무나도 순수했고,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끊이지 않아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이는 내가 그간 봉사는 일방적인 것이라 대해 가진 오만과 편견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내 것만을 남에게 베풀어주고, 내가 우위에 서서 밑을 내려다보고 가르쳐 주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곳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상호간의 교감을 맛봤고, 서로가 눞이를 맞추어 바라본다는 것을 체험했다. 이 식상하지만 깊이 있는 깨달음은 나에게 매우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었다. 남을 대하는 데에 있어서의 나의 태도와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조심하게 했고, 나아가 내가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고민하게 했다. 또한 같이 베트남으로 떠난 봉사단원들간의 관계를 통해 함께하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 분명 힘들고 지치는 순간들도 많지만 서로가 서로를 앞에서 뒤에서 이끌어주었기 때문에 무사히 봉사를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면서 친구들을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었고, 갈등없이 서로를 진심으로 위했던 봉사단원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센터에서의 하루 일과가 끝나면 모두가 땀범벅이 되어 넋이 나간 듯 몸이 고되었지만, 그래도 서로의 향기를 마음껏 나누었던 나날들이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잊지 못할 그날들로 기억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