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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1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이보람

  • 작성일 : 2013-03-29
  • 조회수 : 664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값진 배움의 시간이 되었던 베트남 봉사활동

보건관리학과 10학번 이보람

 

집에서 편하게 반팔 티를 입으려고 할 때, 자꾸만 베트남에서 입었던 연두색 단체티에 손이 간다. 나도 모르게 한국에서도 계속 그 옷을 입고 있다. 아마도 그 곳에서의 추억과 교훈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베트남 교육 봉사단은 정말 큰 행운이었고 기회였다.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해외봉사가 어떤 것인지 경험하며 진로에 대해 좀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보낸 시간 모든 순간 순간들이 정말 값지고 소중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첫날이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 평균 8시간, 많게는 10시간을 자는 생활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잠을 많이 자고 웬만하면 깨지 않아서 별명이 잠만보였다. 그런데 출발 전날도, 도착한 날도 4시간 밖에 자지 못해서 무척 피곤했다. 첫날에는 센터에 오전 수업이 없다고 알아서, 이때다 싶어 센터 바닥에서 쿨쿨 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전에 수업이 없는 건 맞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와있어서 프로그램도 없이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느라 봉사단원들이 엄청 힘들었다고 했다. 봉사단원들은 괜찮다고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했지만 정말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다. 나름대로 몸 사리거나 빼지 않고 봉사 생활 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정말 큰 교만이었다.

첫 날은 이래저래 문제가 많고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잘 되지 않아서 피드백 시간에 다들 걱정이 많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봉사단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너무 무거웠고,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야말로 악 어떡하지!’하고 패닉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미양 선생님과 박경옥 교수님이 정말 노련하고 지혜롭게 이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주셨다. 이미양 선생님은 우리가 언어, 아이들의 모습, 센터 시설 문제, 선물 주는 방법 등 문제들을 쏟아내면, 차곡차곡 하나하나씩 해결 방향을 제시해주셨다. 정말 선생님의 내공과 지혜에 감탄 또 감탄하고 감동했다. 또한 특히 문제였던 언어부분에 대해서 박경옥 교수님께서 지적해주신 것은 충격이었다. 전공생으로서 교수님께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들으며 언어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어에 이런 이런 종류가 있고, 언어는 의사소통에서 이런 역할을 한다이런 정도만 별다른 고민없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또 한국에선 언어장벽을 느낀 적이 없어서 언어는 당연히 통한다는 전제하에 나머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공부했다. 그런데 언어가 안 통하니 다른 부분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향을 못 잡았다. 대전제가 무너지니 논리 전체가 무너진 격이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뜻밖에도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마음가짐이 문제라고 하셨다.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은 엉뚱한 말이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때문에 그것에 일일이 답을 하지 못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인가를 전하고 싶을 땐 진심과 열정으로 다가가면 그 아이들도 다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또 통역에 의지하지 말고 우리가 준비한 프로그램과 우리 자신들에 대해 적극적인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첫날 센터에서 보낸 시간과, 2시간 30분에 걸친 회의는 나에게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엄청난 봉사단원들의 열정이 실제로 날 변화시켰다. 남은 봉사 기간 동안 알람을 들으면 일어날 수 있게 만들었고, 나보다 단체를 더 생각하게 하였고, 더 적극적으로 봉사에 참여 할 수 있도록 자극해주었다. 봉사기간 동안 내가 참 교만하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고 반성했고,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도 나중에 저런 멋진 언니가, 리더가, 선생님이, 교수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번 베트남의료봉사를 신청했던 것, 그리고 이번에 베트남 교육봉사를 신청했던 것은 물론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 지역이 베트남이였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지구본을 몇번 씩 보며 비행기 타고 외국에 가는 것을 꿈꾸던 중학생 시절, 처음 가본 외국이 베트남이었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내 삶의 전환점이 되었고, 의료선교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해주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봉사단에 뽑힌 이후, 거짓말처럼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진짜 호치민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을 때,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5년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독특한 베트남 냄새, 삑삑 브릉브릉 오토바이 소리, 도도해 보이지만 순박한 사람들분명 여긴 베트남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여긴 내가 아는 베트남이 아니었다. 분명히 같은 호치민인데 내가 갔던 호치민과 다르게 이 곳은 어엿한 도시였다. 고층 건물도 많고 좋은 차도 많고... 불과 6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이 변화하고 성장했다니. 다른 봉사단원들은 오토바이가 많다며 놀랬지만, 나는 차가 있어서 놀랬다. 이곳에도 드디어 차가 다니다니... 10일 동안 매일 호치민의 변화된 모습에 놀라고 또 놀랐다.

호치민처럼 나도 6년전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했을까. 같은 시간 동안 호치민은 외부적으로 내부적으로 많이 성장했는데, 나도 그에 걸맞은 성장을 했을까. 그때에 비해 꿈에 많이 가까워졌을까. 처음에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10일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도 앞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니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과 난 잘해내고 말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좋은 일을 하고자 마음 먹으면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할 기회가 생기는 것 같고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좋은 에너지가 나와 결국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놀라운 일들을 해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나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베트남. 내 재능과 노력을 선물하러 왔지만 따뜻한 위로와 강한 파이팅이라는 더 큰 선물을 받고 왔다. 이제 또 언제 베트남에 가게 될까? 몇 년 뒤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다음에 갈 때는 더 길게 있다가 올 것 같다. 그땐 베트남보다 더 멋지고 아름답게 성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