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

전자공학과 10학번 하린

 2학기가 개강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학교 홈페이지에서 해외교육봉사를 갈 이화봉사단을 뽑는다는 알림을 보고 설레며 지원서를 작성하고 덜덜 떨며 면접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봉사를 다 끝내고 호치민에서 보낸 행복했던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다.

2학기가 모두 끝나고 방학이 시작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봉사준비가 이루어졌다. 가장 급한 공연준비!!! 공연을 준비하기에 우리의 실력에 비해 2주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지만 K-POP부터 부채춤, 소고춤 그리고 급하게 집어넣게 된 응원가까지 연습을 하기 위해 매일매일 연습실과 다목적실을 오가며 공연연습을 하였다. 또 베트남에서 할 교육 프로그램 회의와 PPT만들기, 과학프로그램들의 시연, 물품정리 등의 회의로 하루가 매우 짧게 느껴지는 2주였다. 봉사준비를 하면서도 우리가 정말 베트남으로 봉사를 하러 간다는 기분이 들지 않고 준비만 하다 끝날 것 같다는 얘기를 우리끼리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베트남으로 출발하는 날이 다가왔고 출발 전날 내 짐을 싸면서 비로소 그 기분이 들었다. 베트남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매우 설레고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한 그 기분을 말이다. 마침내 베트남에 도착해 다음날 처음으로 우리가 봉사를 할 센터에 간 날은 잊을 수 없다. 첫날부터 전날까지 얘기했던 프로그램 순서가 모두 수정이 되고 오후 수업의 내용도 갑자기 바뀌어 우리도 모두 당황하고 정신이 없었다. 또 나 같은 경우는 맘을 굳게 먹고 왔겠지만 막상 만나니 반갑지만 아직은 낯설고 아이들과 지내는 게 익숙하지 않아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굉장히 아쉬웠다. 물론 아이들도 처음 보는 외국인이 낯설어 어리둥절하고 자기들끼리 장난치기 바빴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언어였다. 말이 통하지 않아 아이들도 우리도 서로 답답하고 계속 통역만 찾았다.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많은 경험자들의 말에 우리는 언어는 거의 준비를 안 해갔는데 우리가 너무 언어에 소홀했던 것이 아니었나 반성을 하기도 했다.

첫날 굉장히 힘들고 생각했던 데로 하지 못해 그날의 회의는 첫날 우리가 무엇을 못 했는지 일일이 따져보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기적이 일어났다. 전날의 피드백으로 모두들 굉장한 발전을 이루어 매우 순조로운 프로그램 진행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피드백과 다음날 전날 피드백과 회의를 바탕으로 좀 더 발전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봉사가 끝나는 날까지 매일매일 이어졌다. 자신들이 잘못한 일을 모두들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함께 노력을 하고 결국 그 잘못들을 고쳤다는 것에 박경옥 교수님께서는 그것을 청년정신이라고 하시며 우리를 매우 칭찬해 주셨다. 교수님께서 이 현상을 콕 집어 말해주시기 전까지는 당연히 우리가 부족하니 고치는 것이 맞다 고 생각을 했는데 사실 그 일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우리 스무 명의 이화봉사단 모두가 청년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 우리 봉사단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던 것은 처음에 하루 종일 봉사하고 저녁에 호텔에 돌아와 회의를 하는 일에 반복으로 모두들 힘들고 지쳐서 ‘힘들어……’라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어느 날 회의 도중에 봉사단 멤버인 현모언니가 ‘힘들다, 힘들다’하면 더 힘들고 주위사람도 힘들어 지니 그 말을 금지어로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부터 모두들 ‘힘들다’라는 말을 안 했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새에 했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도 했을 수도 있겠지만 내 기억 속에는 ‘힘들다’라는 말을 못 들어 본 것 같다. 봉사가 끝나고 호텔에서 마지막 잠을 잘 때 그것을 깨닫고 우리 봉사단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2주 동안 호치민의 센터에서 아이들과 지내면서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이 우리에게 장난도 치고 말이 안 통해도 몸짓, 발짓으로 통역을 통하지 않고 직접 우리에게 말하려는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아이들도 우리도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언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많은 경험자들의 말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우리가 그냥 한국어로 해도 알아서 아이들이 알아듣는 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의 장애는 있겠지만 우리의 진심을 아이들이 느끼고 그것을 아이들이 우리에게도 자신들의 진심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언어를 뛰어넘어 서로 통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