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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1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장다영

  • 작성일 : 2013-03-29
  • 조회수 : 653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더 컸던 날들

 

과학교육과 09학번 장다영

 

 3학년 2학기의 빡빡한 전공 수업들로 힘들어하던 나에게 이화봉사단 베트남 해외교육봉사는 하나의 돌파구로 다가왔다. 나는 꼭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신청을 했는데 고학년에 국내교육봉사 경험이 없었고 면접 볼 때도 떨리는 마음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발표하는 날까지 마음 졸이며 결과만을 기다렸다. 정말 가고 싶었던 내 마음이 봉사센터 선생님들께 잘 전달됐는지 선발되어서 이번 베트남해외교육 이화봉사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 해외교육봉사 단원 20명이 모였을 땐 과연 모두와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먼저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들만큼 서로 많은 것을 함께 했고 친해질 수 있었다. 학기 중에 모임을 갖고, 워크샵을 하면서 기획, 공연, 물품, 촬영 등등의 팀을 나눴다. 나는 교육 활동 프로그램을 짜는 팀인 기획팀에서 과학수업을 기획하는 일을 맡았다. 내가 하고 싶은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할 수 있어서 기뻤다. 20명 모두 다양한 전공과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일들을 성공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본격적인 봉사활동 준비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서부터 시작됐다.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프로그램 기획 마무리, 물품 준비, 프로그램 시연, 그리고 공연 준비 등등을 하면서 바쁜 2주를 보냈다. 하루 종일 학문관에 있으면서 공연 준비를 위해 연습실에서 춤도 추고, 사회봉사센터 회의실에서 회의도 하고, 피피티 발표도 하고, 휴게실에서는 같이 밥도 먹으면서 봉사단원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다. 공연 연습할 때는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도 않고 공연 기획하는 것도 어렵고, 프로그램 시연이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물품 준비를 어떻게 할 지 고민하기도 했는데 20명이 힘을 합쳐 차근차근 노력하니 모두 잘 해결 할 수 있었다. 물론, 공연 연습을 예외로 몸은 여전히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말이다.....

 2주간의 준비를 끝내고 짐을 쌀 때의 두근거림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출발하는 날, 날씨는 추웠지만 우리의 시작을 축복하는 것처럼 하얀 눈이 예쁘게 내렸다. 공항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비행기를 타서야 비로소 진짜 가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내가 가서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혔다. 9 10일간의 봉사기간 동안 처음엔 정말 잘해야지, 잘하고 와야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중요한 것은 ''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 이라는 걸 깨달았다.

 타우단 센터에 도착한 첫 날, 우리 이화봉사단원들도 어수선하고 아이들도 처음 만난 낯선 우리들 때문에 서로 생각보다 많은 소통을 할 수 없었다.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얼굴, 언어가 서로를 약간 얼어붙게 만들었던 것 같았다. 나도 처음 가서 자꾸 '잘 해야지, 잘 해야 해' 라는 생각에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것보단 잘 하는 방법만 찾아보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그저 먼저 다가와 말을 걸고 손을 잡아주고 함께 장난치면 놀고 게임도 같이 할 수 있는 함께 '하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첫날이 생각보다 혼란스럽고 힘들게 지났는데 봉사단원 모두가 모여 하루의 느낌을 말하고 개선할 점 등을 이야기하는 회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9 10일 동안 매일매일 발전해나가고 더 나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 이 회의 덕분이었다. 다른 봉사단원을 이야기를 들으며 내 모습을 반성해보기도 하고 더 나은 모습을 찾아 고쳐보기도 했다. 처음엔 전체회의로 시작했지만 후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각 반별 회의도 함께 해 반의 아이들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등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아이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올 수 있었다.

 첫 날엔 낯을 가리고 벽에 붙어 다른 아이들과도 잘 이야기 하지 않으려고 했던 아이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들어오면서 먼저 인사하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뿌듯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시간에는 우리 봉사단원들의 이름을 적어가 마지막 날 우리들의 이름이 적힌 열쇠고리를 줬던 아이,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배워 사탕을 줄 때 우리에게 어설프지만 '감사합니다' 라고 이야기 해주는 아이, 탱탱볼 만들기를 할 때 작은 고사리 손으로 잘 만들고 싶어 열심히 굴리고 있던 아이, 함께 만든 비빔밥을 맛있다며 두 그릇 넘게 먹는 아이, 한복을 입고 다소곳하게 사진 찍던 아이, 게임에서 이기려고 출발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공을 던지는 아이. 이런 아이들이 모습은 나와 우리 봉사단 모두를 웃게 만들고 행복하게 했다.

 마지막 날, 우리가 가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10일 동안 함께했던 우리들의 시간을 담은 영상을 보며 울먹이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자꾸 울음이 터지려고 했다. 내년에 다시 오는 거냐고 계속해서 묻던 아이, 두 눈이 빨개지고 계속 울면서 밥을 먹던 아이, 함께 사진 찍으면서도 눈에서는 눈물을 뚝뚝 흘리던 아이들... 아이들이 더 슬퍼하지 않게 웃겨보기도 달래보기도 했지만 나조차 울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너무 힘들었다. 아이들과 우리가 서로 많이 소통하고 서로를 받아들이고 나누어줬기 때문에 이별이 더 슬펐다. 가기 전에 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나누어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나는 주는 사람의 입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받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가르침은 절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왔다. 오직 사랑을 나눠주는 일에만 열중했던 나에게 아이들이 보여준 사랑은 더 크고 따뜻했다. 우리 봉사단이 열흘 동안 아이들에게 많은 지식을 전해준 것도, 공부를 잘하게 해준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린 아이들이 열흘 동안 한 번 더 웃고, 한 번 더 따뜻함을 느끼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봉사에 대해서 어렵고 힘든 일, 무조건 나를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한마디를 하고 싶다. 우린 단지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 그 시간 동안 한 번 더 웃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우리가 떠난 후에도 우리를 기억하면서 미소 지을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이라고. 과거엔 나도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해주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을 사랑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봉사를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오히려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면 혹은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봉사를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더욱 더 커지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사랑 중 하나가 봉사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타우단 센터를 떠나던 마지막 날, 우는 아이들을 달래며 지금 함께 찍는 사진을 보며 너희를 계속 기억하겠다는 말을 떠올리며 돌아온 이후 아이들의 사진을 몇 번이나 계속해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사진을 보고 있으니 어설픈 발음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다시 듣고 싶어진다.

 이렇게 많은 사랑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던 우리 이화봉사단 모두와 타우단 센터의 아이들, 사회봉사센터 선생님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우리를 도와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