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

해외봉사

2011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김예지

  • 작성일 : 2013-03-29
  • 조회수 : 751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내 인생의 아름다운 향기

 

특수교육과 09학번 김예지

 

대학생 때 꼭 해보고 싶은 것들 중 하나를 무사히 마치고 많은 추억을 안고 돌아오게 되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짧지만 길었던 11, 귀국한지 1주일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베트남에서 만난 우리 아이들과 웃음소리, 호치민 외국어 정보 대학교 친구들, 통역사분들, 여러 스태프 분들, 베트남의 시끄러운 거리들, 매일 밤 회의를 하고 휴식을 취했던 숙소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4학년이 되기 전에 내 삶을 한 번 되돌아보고, 진로 결정에 앞서 넓고 성숙한 시각을 갖추고 싶어서 해외봉사를 지원하게 되었는데 기대했던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소중한 선배, 후배, 동기 친구들을 얻게 되어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어느 교육봉사와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 관심 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우리가 봉사를 했던 타오단 아동센터는 편부모 또는 부모가 없어 교육환경이 열악한 아이들, 가난한 아이들, 장애가 있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와서 공부를 하는 곳으로 그 어떤 아이들보다 사랑이 절실했다. 외국에서 온 우리들이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지진 않을까, 언어적 소통이 힘들어서 내 마음이 그들에게 잘 전달 될 수 있을까,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내가 파악하고 줄 수 있을까 등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섰고 처음 3일 동안은 정말 힘들었다. 한국에 비해서 열악했던 시설이나 환경들, 의사소통 문제로 통제하기 힘들었던 아이들, 지치게 만들었던 더운 날씨……솔직히 한국이 그리웠고 집에 가려면 아직 1주일이나 남았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해외 봉사 출발 전,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베풀며 봉사를 하시다가 48살 젊은 나이로 돌아가신 이태석 신부의 일생을 그린울지마 톤즈영화를 떠올리면서이다. 의대를 졸업하였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신부가 된 그는 아프리카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고, 학교를 지어 학생들을 교육시켰으며 음악으로 그들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톤즈 지역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켰다. 나는 신부님에 비해서 대단하지도 않고 많은 것을 가진 사람도 아니며 오랜 시간을 아이들과 보낼 수 없지만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꿈과 희망, 즐거운 추억을 선물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태석 신부님이 보여주신 사랑과 교육의 힘이, 이 곳 베트남 타오단 센터에서도 조금이나마 나타나길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놀랍게도 4일째 되던 날부터는 아이들과 바디 랭기지 만으로도 암묵적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우리의 이름을 외우고 한글로 써보기까지 하였다. 우리에게 찐한 애정표현은 물론 때론 투정까지 부렸고 우리가 시키지 않아도 준비물 챙기는 것과 청소를 척척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랑스러웠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해서 진행하였는데 그 중에서 소원나무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가장 인상 깊었다. 꽤 많은 친구들이 엄마와 함께 살고 싶다는 소원을 적어 통역해주는 친구도, 나도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항상 우리와 함께 장난치고 웃던 10살밖에 되지 않는 이 아이들에게 말할 수 없는 많은 상처가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매여왔고 그제서야 우리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던 몇몇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있었다. 욕심쟁이 질투여왕이지만 사랑스럽고 헤어지는 날 제일 서럽게 울어서 마음이 아팠던 그응, 예쥐 예쥐! 라고 나를 부르던 사촌동생 같은 옌니와 토이, 나만 보면 윙크를 날리던 귀여운 상, 사마귀를 잡아와 나를 괴롭혔던 탕, 묵묵히 열심히 하던 왕눈이 만, 동요를 너무 좋아하던 따어, ADHD가 의심될 만큼 산만했지만 그저 순수한 짱, 헤어지는 날 자기는 남자기 때문에 울지 않는다고 말한 듬직하고 똑똑한 니이, 베트남 일진 흥, ,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나고 보고 싶은 우리 아이들이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편마비가 있던 쭈욱은 특수교육을 배운 나에게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다시 되돌아보니 더욱 잘해주고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10월 달에 처음 만나 많은 회의와 연습 등을 하고 한 해를 넘겨 베트남에서 11일을 함께한 우리 이화해외봉사단 20명 그리고 함께 가신 이미양선생님과 박경숙 교수님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동아리 활동이나 단체 활동을 잘 하지 않았던 나에게 이번 경험은 나를 되돌아보고 발전 시킬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무엇보다 협동심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함께 머리를 모아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해결책을 생각해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팀워크 하나는 최고였고 재미있는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준 우리 팀원들과 소중한 인연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문화교류활동을 한 호치민 외국어 정보 대학교 학생들과 교수님과도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매우 놀라웠던 점은 베트남에 한류 바람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센터에서 만난 아이들과 통역 친구들이 최신 유행하는 K-pop 노래와 댄스를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것도 신기했는데 대학생들은 노래 뿐만 아니라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 한국 음식도 직접 만들어 먹고 더 나아가 한국 유학의 꿈을 품고 있었다. 대한민국이,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가 자랑스러웠다.

마지막 날 우리 아이들의 눈물은 물론이고,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 대표 목사님께서 우릴 통해서 사랑을 느꼈다고 말씀하시며 흘리셨던 눈물, 교수님께서 봉사활동을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것에 비유하시면서 내 손보다 더 더러운 남의 발을 씻겨 주는 동시에 나의 손까지도 깨끗해지는 것이 바로 봉사활동이라고 하신 말씀은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느낀 가장 큰 감동이자 교훈이었다. 이태석 신부님께서는 어릴 때 읽었던 성경말씀, 고아원에서 헌신하시는 신부님, 수녀님의 모습, 슈바이처 박사의 일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의 삶과 같은 아름다운 향기들이 모여 자신의 인생이 만들어졌다고 하셨다. 이처럼 베트남에서의 이화해외교육봉사활동을 통해 느낀 사랑과 감동, 애국심, 애교심, 협동심 등이 내 인생에서 또 하나의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 앞으로 내 삶 곳곳에서 나타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