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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1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양현모

  • 작성일 : 2013-03-29
  • 조회수 : 610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내가 만난 따뜻한 거울

 

동양화과 09학번 양현모

 

5학기가 시작될 무렵, 나는 내 열정을 쏟을 곳을 찾아 이리저리 문을 두드렸다.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았고, 새로운 경험들로 내 자신이 성장한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베트남 해외교육봉사활동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처럼 보였다. 봉사단 면접 때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라고 말했을 만큼 나는 누구보다 이기적인 동기로 이화봉사단이 되었다.

 베트남에 가기 전 준비과정에서 나는 기획팀이 되어 10일간의 일정을 채울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아직 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의는 신나고 재미있었다. 아이들이 처음 접할 것 같은 한국의 탈 만들기, 부채에 그리기, 한지로 소원나무 만들기로 한국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만 세울 뿐인데도 마음이 들떴다.

봉사는 가진 것을 나눠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굳게 믿으며 어떻게 하면 베트남에서 만날 아이들에게 많이 주고 올 수 있을지 생각하며 출발하였다. 교육봉사활동을 하게 될 호치민의 ThaoDan센터는 열악했다. 봉사단이 오르기조차 가파른 4층의 계단, 정원이나 운동장도 없는 반나절 실내에만 있었을 뿐인데 발바닥이 새까매지는 그런 곳이었다. 첫 날 만난 ThaoDan의 아이들은 벽에 붙어 우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다른 몇몇은 그날 처음 본 봉사단을 꼬집고 때렸다. 난 그 어린 아이들이 무섭기까지 했다. 첫날을 고군분투로 마치고 숙소에 와서는 앞으로 2주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답답하고 막막한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아이들은 우리에게 마음을 열었고, 우리봉사단이 그들에게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점점 커져갔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그들의 작은 행동변화에 우리 봉사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보였고, 얼마 만나지 않아 마음을 활짝 여는 순수한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기뻤다. ThaoDan의 아이들은 처음엔 우리의 관심과 손짓을 피하거나 부담스러워 했지만 꾸준한 애정으로 그들을 대하니 첫날의 폭력적이던 모습도 점차 사라지고 우리에게 사랑을 돌려주었다.

첫 날 평가회의 때 박경옥교수님께서는 이화봉사단 20명이 서로 섬기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는 서로 존중하고 섬기며 일을 진행해 나갔다. 또한, 같이 봉사활동간 이화봉사단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보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매일 6시 기상, 2시간의 평가 회의와 팀 회의, 12시 취침의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아무도 불평이나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정신력과 열정에 감동받았다. 그들을 보면서 내 자신이 얼마나 나약하며, 사랑의 마음을 나눠주는데 인색했었는지 돌아 볼 수 있었다.

마치 여러 개의 거울을 보는 듯이 Thao Dan의 아이들을 보고 이화봉사단의 여러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나를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특히, 봉사에 대한 생각의 틀이 바뀌었는데 이전까지는 봉사는 나를 희생하며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봉사는 나 스스로를 돕는 일이었다. 내가 사랑을 나눠 줄수록 내 마음이 채워지고, 내가 가진 상처가 아무는 경험을 했다. 은연중에 관계에 대해 무심해졌던 나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이었고,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일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 날, 내가 맡았던 오전 A반의 아이들은 우리의 마지막 인사에 하나 둘씩 울음을 터뜨렸고, 아무리 달래도 엉엉 울었다. 그 중에 16살이었던 제일 컸던 위엔은 언니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우리가 실수한 점이 있더라도 봐달라라고 통역선생님을 통해 말했다. 우리 이화봉사단은 그 얘기를 듣고 같이 울컥했다. 마지막 청소를 마치고 센터를 떠나는 날, 아이들과 더 있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과 섭섭함으로 가득 찼다. 센터를 떠나며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고 가는데, 우리 반이었던 화이는 우리가 지나가는 버스를 자전거를 타고 쫓아왔다. 우리 봉사단원들은 창 밖으로 소리치며 인사를 하고 화이는 전속력을 다해 우리를 끝까지 따라왔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번 봉사활동에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많이 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그들로부터 가슴 벅찰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행동으로 눈짓으로 마음을 전했던 베트남에서의 따뜻했던 1011, 내 자신을 돌아보고 키운 만큼 ThaoDan의 아이들에게도 양분이 되었기를 마음 깊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