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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1 겨울 해외교육봉사_베트남_조나랑

  • 작성일 : 2013-03-29
  • 조회수 : 620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우리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기독교학과 08학번 조나랑

 

오늘로서 베트남 교육봉사활동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바쁜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 잠시 틈이나 가만히 눈을 감아보면 베트남에서의 기억들, 그 중에서도 마지막 날 우리봉사단들과 아이들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서로를 안고 토닥이며 아쉬움을 나누던 순간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절대 아쉬워하지 않을 것 같았던 센터의 최고 “말썽꾸러기 3인방 코이, , 띤”의 눈물과, 애써 울음을 참아보려 눈을 크게 떠보는 우리 봉사단들의 모습, 치자로 노오랗게 염색했던 아이들의 티셔츠, 벽에 걸려있던 소원나무와 인체 모형까지 그 시간의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도 하나하나 모두 그려진다.

우리 봉사단 20명이 처음 만났을 때, 아니 한참을 한국에서 함께 지내고 베트남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에도 이런 광경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 자랐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글은 읽고 쓸 줄 아는지 그 어떤 정보도 없이 열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우리의 마음이나 제대로 전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막막함만이 있었을 뿐이다. 이 막막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일주일, 1, 20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날 그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우리 봉사단 스무 명과 선생님, 그리고 교수님까지 총 스물두 명이 하나의 간절한 마음으로 모두가 화합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베트남에 다녀오니 모두들 어땠냐고 물어온다. 그럼 나는 간단하게 한편의 “우리아이들이 달라졌어요.”를 찍고 왔다고 말한다. 질서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고 봉사단 한 명씩을 혼자 독차지하기 위해 싸우던 아이들, 사탕을 하나 주려고 하면 우르르 몰려들어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리던 아이들, 심지어는 어디에서 배워왔는지 한국어로 욕을 하고 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이라기보다는 이미 세상의 떼를 이미 모두 겪은 듯 굳어진 차가운 얼굴로 우리를 대하던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무섭기도 했고 좌절도 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또 대가 없이 주는 사랑이란 이런 것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열정에 불타기도 했다. 어떤 마음이 그 아이들에게 전달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사불란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책상도 옮기고, 우리에 대한 믿음이 생겼는지 반드시 자신의 차례가 올 것임을 알고 자리에 앉아서 의젓하게 기다리고, 잘 했다고 주는 사탕을 쪼개어 우리 봉사단에게 다시 내밀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더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을 가만히 보다 보면, 아이보다 아이의 부모가 더 크게 느끼고 변화를 겪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린 아이들의 부모는 아니지만, 하루하루 아이들을 대하고, 매일 같이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감기는 눈을 부여잡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하루를 반성하고 회의하고, 다시 우리가 변할 때 아이들이 함께 따라와 주는 모습을 보며 우리 봉사단 한 명 한 명은 함께 변화하고 성장했다. 9 10일간의 짧은 여정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그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함께 생각해서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직접 경험하며 깨달았고, 모두가 스스로 최선을 다하되 나의 힘이 부족할 때에는 나와 함께해줄 소중한 이가 언제나 옆에 있기에 함께 해 나아가면 된다는 신뢰를 배웠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보일지 계산하지 않고 허물없이 웃고 울 수 있는 스무 명의 소중한 ‘사람’을 얻었다.

봉사단 면접 때 지원 동기를 묻는 질문에 신생아 탁아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그 아기들에게 사랑을 줄 때 눈도 잘 뜨지 못하는 그 아기들이 나름대로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 주었던 것처럼, 소외 받고 힘들게 살던 베트남의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할 때 그 아이들은 또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돌려줄 지 궁금하고, 또 그 아이들이 이 세상 어디엔가 자신을 항상 생각해주고 소중하게 여겨주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대답한 기억이 문뜩 떠오른다. 내가 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돌아왔으니 첫 번째 동기는 분명히 느끼고 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두 번째 동기는 아무래도 조금 틀린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봉사단 전체가 앞으로도 그 아이들을 항상 생각하고 소중히 여겨줄 것은 분명하지만, 반대로 그 아이들도 나를, 그리고 우리 봉사단을 항상 기억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해주리라는 것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 멀리 바다건너 베트남에도 나를 기억해주고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내 마음을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 주고 어깨를 조금 더 당당히 펼 수 있게끔 한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그 따뜻해진 마음과 당당해진 어깨로 다시금 또 다른 사랑을 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