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

해외봉사

2011 여름 해외교육봉사_캄보디아_유수빈

  • 작성일 : 2013-03-29
  • 조회수 : 641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을 1213

 

방송영상학과 10학번 유수빈

 

대학교에 입학하고 급격하게 늘어난 개인적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몰라 당황했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첫 여름방학을 보낸 후 1학년 겨울방학에 이화봉사단 국내교육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의 행복하고 따뜻했던 기억을 안고 이번 해외교육봉사에도 지원하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선발되었다. 선발되었을 당시에도 무척이나 기뻤지만 봉사활동을 마친 지금,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낀다.

사실 선발된 시점부터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일정까지의 시간적 여유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이화스랑 초등학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쉽지 않아 준비과정에 있어서 시행착오가 있기도 했다. 나는 비교적 일이 적은 물품팀이어서 부담이 덜한 편이었지만 프로그램 기획팀에 속했던 팀원들이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었다. 공연준비와 프로그램준비로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만큼 준비기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설레는 맘 반, 걱정 반으로 나를 비롯한 팀원들이 밤잠을 설쳤고 74일 캄보디아로 출발하는 날짜가 되었다.

저녁비행기로 출발해서 첫날에는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묵게 되었다. 프놈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졌던 더위와 습함은 우리의 1213일이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을 알리는 전조였던 것 같다. 둘째 날에는 김길현 선교사님과 함께 킬링필드 유적지에 들렀다가 깜뽕스프에 있는 이화 스랑 초등학교에 도착하게 되었다. 우리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는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후여서 선생님들과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행정동 숙소로 돌아왔다. 이 때 김길현 선교사님이 점심을 먹기 전 몇 가지 말씀을 해주셨는데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있다. 이화봉사단 이전에 왔던 봉사단 사람들이 콜라를 마시고 싶어 해서 선교사님이 학교에서 일하시는 현지인 분께 심부름을 시키셨는데 그 분이 깜짝 놀라셨다는 것이다. 20달러면 한 달을 생활할 수 있는데 그 돈으로 콜라를 마신다고 하니 충격과 동시에 상처를 받으셨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복에 겨운 생활을 하며 지냈는지 반성하며 한 편으로 감사하는 맘도 갖게 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고 가는 물질적인 선물은 나중에 시간이 지났을 때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우리가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보내는 사랑의 눈길은 아이들이 평생 기억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 때 선교사님의 말씀을 듣고 비록 말은 안 통하지만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따뜻한 눈빛과 미소를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셋째 날부터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했다. 내가 맡은 반은 유치원 아이들이었다. 주로 미술과 체육활동을 위주로 준비를 해갔는데 유치부 아이들이 꽤 많은 미술활동을 이미 해서 유치원 원장님의 도움을 받아 수업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준비해 온 것을 하지 못해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아이들이 너무 잘 따라주어 수정된 수업을 해도 잘 진행될 수 있었다. 실수가 종종 있었는데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신 선생님들과 재미있어 해 준 아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캄보디아의 환경에도 적응하기 시작했다. 날씨변화를 파악하기 시작해 가장 뜨거운 12시부터 3시까지는 휴식을 한 후 해가 진 오후에 다시 일과를 시작했다. 3시부터는 다음 날 수업 준비, 샤워, 공연 연습 등을 간단히 하고 저녁 8시에는 전깃불을 다 끄고 침대에 누웠다. 첫날 형광등을 켜놓고 회의를 하다 벌레 떼의 습격을 받은 후 얻은 교훈이었다. 가장 열악했던 환경은 물 부족이었다. 다행히도 몇 날을 제외하고는 자주 비가 내려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비가 오는 것에 감사하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정말 작은 것 하나하나에 감사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주말에는 앙코르로 문화답사를 다녀왔다. 더위 때문에 힘들었지만 깜뽕스프의 행정동이 아닌 시설 좋은 호텔에서 머물러서 힘든 줄도 몰랐다. 물이 콸콸 나오고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에서 잔다니. 잠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게다가 한국음식점에서 한국음식을 먹어 오랜만에 과식도 했다. 그렇게 잘 쉬어서인지 그 다음 월요일엔 사실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도 더욱 친해지고 우리끼리도 더 돈독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운동회 날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나눠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주어서 우리가 더 고마웠다. 게다가 그 날은 우리 팀 리더인 다혜언니가 장염으로 고생을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별 차질 없이 진행되었고 언니도 빨리 회복을 해 참 다행이었다.

스랑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날은 선생님 그리기와 공연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선생님을 그려보라고 했는데 솔직히 한 명도 나를 안 그렸을까봐 긴장하고 있었다. 말이 안 통해서 칭찬도 못 해주고 살갑게 대하지도 못했던 것 같은데 내 진심이 그래도 통했었나보다 생각하니 참 고마웠다. 그리고 대망의 공연! 너무 긴장해서 완전히 망쳤지만 (나만..) 그래도 준비하면서 팀원들과 더욱 친해지고 재밌는 경험을 한 것 같아 만족한다. 그렇게 깜뽕스프에서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아이들과 완전히 안녕을 하니 너무 아쉬웠다. 힘들어서 집에 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지만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울컥했다. 아마 이 곳에서의 1213일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우리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했던 시간이기를 바래본다. 감사한 사람들(설경옥 교수님, 송규동 선생님, 선교사 분들, 선생님들 그리고 우리 팀!)도 감사한 일들도 참 많았다. 깜뽕스프에서 느낀 사랑과 감사를 평생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