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이화여자대학교 EWHA WOMANS UNIVERSITY

해외봉사

2012 여름 해외교육봉사_캄보디아_이진아

  • 작성일 : 2013-04-01
  • 조회수 : 623
  • 작성자 : 사회봉사센터

안녕, 캄보디아

 

독어독문학과 10학번 이진아

 

           7 16, 처음 캄보디아에 도착했을 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한국과 확연히 다른 공기와 낯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도 실감이 나지 않아, 이전까지 해왔던 캄보디아에 대한 상상이 연장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온몸을 긴장시키는 느낌이 순간적으로 나를 확 에워쌌다. 캄보디아행이 결정된 후 두 달 정도의 기간 동안 다른 모든 일정을 뒤로 하고 잠도 줄여가며 강행군으로 준비했던 프로그램을 드디어 실행하는구나 라는 벅찬 마음과 동시에 과연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아마 대부분의 봉사단원들이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12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에 도착했기에 첫날은 그렇게 싱숭생숭한 마음을 안고 잠이 들었다.

           실질적인 봉사일정은 7 18일부터 시작이어서, 도착 다음날인 17일에는 캄보디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크메루 루즈와 관련된 곳을 중심으로 프놈펜을 돌아보았다. 킬링 필드와 고문실로 이용되었던 여학교를 방문하였는데, 이날은 몸과 마음이 모두 매우 불편한 하루였다. 킬링 필드 자체가 워낙 끔찍한 역사를 지닌 장소이기도 했고, 때맞추어 내려붓듯 쏟아지는 폭우와 천둥번개, 머리 한구석에서는 계속 맴도는 봉사프로그램들, 게다가 속이 완전히 탈이 나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기진맥진하여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자리에 앉자마자 잠이 들었고 심지어 식당에서까지 졸았다. 타지에서의 이런 출발이 심란하였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프로그램 시작인데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려를 안고 숙소에 도착하여 그날 회의를 마친 후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인 18, 극도로 긴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좋은 몸 상태가 느껴질 만큼 무거운 마음과 몸을 끌고 센터로 향하였다. 그런데 벌써 몇 명의 아이들이 와있는 것이 아닌가. 사전에 말을 들기도 하였지만, 막상 그 상황을 겪으니 조금 마음이 뭉클해졌다. 하지만 이는 조금 후에 겪을 감동에 비하면 미미한 것이었다. 잠시 후 첫날 Pick-up팀으로서 약 30분 동안 버스를 타고 아이들을 마중하러 갔는데, 저 멀리에서 대체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아이들이 일자로 쭉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를 보자마자 정신없이 뛰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거짓말같이 아프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캄보디아에 오기 전에 작년 해외봉사팀 리더 언니가 몸은 힘들지만 아이들만 보면 싹 잊고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하셨던 말씀을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처음에 조금 낯을 가리는 듯 했지만, 고사리 같은 손으로 봉사단원들의 얼굴에 자신이 받은 스티커를 나눠서 붙여주고, 수줍어하면서도 우물쭈물 다가와 웃어주었다. 숙소에 돌아가자마자 바로 아이들이 보고 싶어질 정도로, 우리를 반겨주는 그들의 예쁜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하루하루 같이 하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아이들은 점점 더 밝아졌다. 점차 아이들은 먼저 우리에게 장난도 걸고 애교도 부렸다.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것을 보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었고, 하루 일과가 끝나면 봉사단원들끼리 서로 자랑하기 바빴다. 매일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그날 한 프로그램의 마무리와 다음 날 준비를 위해 새벽이 되어서야 쓰러지듯이 잠들 수 있었기 때문에 몸은 고달팠지만 정말 따뜻한 시간들이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다. 아이들 특유의 맑고 순수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성숙한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저 어린 나이에 상대방을 저 정도까지 배려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을 챙겼고 심지어 봉사단원들까지 배려해줄 때가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면 고맙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지만, 가슴도 많이 아팠다. 주변의 어려운 환경이 그 아이들을 너무 일찍 성숙시킨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안타까웠던 점은, 아이들의 능력이 매우 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능력을 키우기에는 너무나 상황이 열악하다는 현실이다. 프로그램 실행 시, 아이들은 처음 접해보는 재료가 많았지만 그에 대한 별도의 설명을 해줄 필요도 없이 사용법을 스스로 알아냈고 창의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이 많았다. 상황이 조금만 뒷받침 된다면 분명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아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여건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려왔다.

           생각해보면, 이번 해외봉사는 다른 사람에 대한봉사였다기보다는 오히려 나에 대한 놀라운선물이었다. 첫째, 천사 같은 아이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사람들간의 선의(善意)는 언어나 종교, 국적, 또는 외양을 뛰어넘은 따뜻한 소통의 수단이 됨을 경험할 수 있었으며, 열악한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선한 의지를 지닌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세상을 발전시켜왔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다문화사회를 살아가는 내게 있어서, 이제 나는 적어도 나와 다른 얼굴색, 다소 남루한 복장, 어눌한 언어 사용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한 발 다가가 그들의 말을 경청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나아가, 비록 나는 이 아이들의 여건에 대하여 처음 심각하게 고민해 본 초보적 상태이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여건의 개선에 동참하는 선각자적인 분들의 삶에 대하여 진심어린 격려와 존경을 보낸다. 

           둘째, 봉사단원들, 교수님, 그곳의 교․직원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하여, 나 자신에 대하여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상황에서 대처할 수 있는 약간의 순발력을 지닌 강점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나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인식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프로그램은 부족한대로 노력할 수 있는 만큼 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나의 행동이나 생각은 성숙하지 못한 점들이 많았다. 과업의 성취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가 우선시되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대학시절, 좋은 경험을 통하여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우리 대학과 이화해외봉사센터, 그리고 함께 해준 훌륭한 선후배, 동료 단원들,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