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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5 여름 해외교육봉사_미국_문지현

  • 작성일 : 2015-10-19
  • 조회수 : 828
  • 작성자 : 사회봉사팀

그 해 여름

 

 

중어중문학과 문지현

 

 

 나는 지금까지 내 나름대로 봉사를 많이 해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봉사는 조금 달랐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에서 자라지 못한, 이미 미국인이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지 수없이 고민을 했다. 9명의 봉사단원들과 종강이 끝나자마자 봉사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으로 떠나기까지 약 2주의 시간동안 우리는 매일 그리고 하루 종일 준비에 몰두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수많은 프로그램들을 구상하고, 아이들에게 한국의 가요를 들려주기 위해 열심히 춤 연습을 하는 등 더 나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여름방학이라는 달콤한 휴식 기간 동안, 10명의 봉사단원들은 봉사를 위해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2주의 시간이 금방 흐르고, 출국 날짜가 다가왔다.

우리는 먼저 캠프조선에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낯선 환경이었지만 우리는 금방 적응해갔다. 조금은 불편한 환경들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색다른 경험이었다. 고요한 호수와 녹음이 어우러진 산 속에서 우리는 아이들과 점점 가까워져갔다. 처음에는 우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이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은 밝고 순수하게 다가왔다. 아이들은 맑고 티 없는 눈으로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이가 어린 탓에 수업시간에 지루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모습조차 귀엽게 느껴졌다. 캠프조선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KHH에 참여했다. KHH는 캠프조선보다 훨씬 적은 규모로 진행이 되었다. 2일 동안 소수의 아이들과 함께 수업하면서 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은 다가가기 쉬웠지만, 어린 아이들은 오히려 대하기가 어려웠다. 자신들만의 세계가 있는 것 같았고, 내가 먼저 말을 걸어도 쑥스러워하며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수록 어린 아이들도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줬다.

나는 원래 무뚝뚝한 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점차 밝아지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가는 내가 신기했다. 1516일 동안 나는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값진 시간들을 보냈다. 비록 우리가 자라온 공간은 다르지만, 미국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나는 항상 똑같은 그림을 그려보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미국에서의 그들의 모습이 한국이라는 다른 공간에서는 어떨지 상상해본다. 미국에서처럼 한국에서도 분명 순수하고 밝은 미소를 지닌 아이들이었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어느덧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현실로 돌아와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바쁜 와중에서도 선명한 것은 아이들의 얼굴이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아이들과의 시간이 그립다.

올해 여름은 분명 최고의 여름으로 기억될 것이다. 몇 달이 지나도, 몇 년이 흘러도 언제나 그 해 여름으로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 끝으로,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해준 사회봉사팀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그리고 최선을 다한 9명의 봉사단원들에게 수고 많았다는 말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