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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봉사

2015 여름 해외교육봉사_미국_유연주

  • 작성일 : 2015-10-19
  • 조회수 : 875
  • 작성자 : 사회봉사팀

시간이 나에게 준 것

 

 

수학과 유연주

해외 입양 아동 수출 대국. 대한민국. 한국의 대학생으로 살아가면서 입양에 대한 문제를 접하는 것은 아주 쉬웠다. 미혼모, 입양 문화, 사회 제도나 구조까지 이에 관하여 얽힌 문제들은 수없이 많았다.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지만 관련되어있는 문제들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여 함부로 만지기가 두려웠다. 그렇지만 이번 해외이화봉사단에 선발이 되어 어린 나이에 해외로 나가 새 부모님을 만난 아이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을 나눌 기회를 얻게 되었다.

처음 미국에 봉사를 간다고 했을 때에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선진국인 나라에 봉사를 할 게 있나?’, ‘한국에 더 불쌍한 사람이 많을 텐데…….’ 그런 사람 하나하나에게 내가 봉사를 가는 이유를 애써 설명했었지만 그 사람들이 이를 알아주지 않았다. 그 때 봉사를 가는 확고한 이유와 의지까지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람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은 그 질문의 대답이 내 가슴이 아닌 머리에서 나왔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봉사 일정의 일부였던 출국에서부터 아이들을 처음 만나서까지도 내가 미네소타에 가서 해야 되는 것이 한국인의 피가 섞인 아이들의 정체성을 조금이나마 깨워주기 위해서 그 아이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전파해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미네소타 라카마가 캠프장에서 아이들의 눈을 보고, 손을 만지고, 같은 장소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것은 아무 것도 모를 어릴 적부터 나의 친부모님이 아닌 피부색이 다른 부모님에게서 길러진 아이들의 상처였고, 그로 인해 생겼던 고민과 마음의 병과 같은 것들이었다.

캠프장을 총괄하고 있는 브룩씨께서 하신 말씀 중에 여기 있는 아이들이 진짜 한국 사람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고,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우리가 첫 진짜 한국인일 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그 아이들에게 좋은 언니, 진짜 누나 같은 사람으로 느껴진다는 것으로만 해도 큰 의미를 갖는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처음 봉사를 올 때 가지고 있었던 마음가짐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고, 내가 너무 내 존재의 의미를 가볍게 알고 이 캠프장에 들어온 건 아닌지 조금 반성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교육 봉사 일정이 끝난 후에 더 생각해 보며 느낀 것은 이 봉사 활동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도, 한 나라의 대학생으로서도, 집안의 한 구성원으로서도 실제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고,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내 의미가 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 혼자 내 의미를 저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갈 수록 점점 내가 굉장히 작게 느껴져서 무기력해져갔었는데 이 봉사 활동을 통해서 그런 것들까지 극복하고, 딛고 일어설 수 있었다.

한국에서 팀원들과 함께 준비하던 두 달의 시간부터 미국에서의 2주의 시간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가르쳐주었다. 앞으로도 내가 이 봉사 활동에서 느낀 것들을 대학 생활을 마칠 때까지도 그리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잊지 않고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야겠다.